[월간중앙 ‘26.5.21] 부동산 우화가 던지는 질문 “당신의 집은 삶을 담고 있습니까”

2026-07-21

강남역 지하상가, 막차가 끊긴 새벽. 지갑도 휴대폰도 잃어버린 부동산 박사 앞에 정체불명의 왕자가 나타나 말한다. “아저씨, 나 좋은 부동산 하나만 찍어 줘.” 황당한 이 한마디로 시작되는 <부린 왕자>는 생텍쥐페리의 우화 구조를 빌려 부동산 시장의 욕망을 해부하는 책이다. 저자 조훈희는 한양대 부동산학 박사 출신으로 CBRE·코람코자산운용·현대캐피탈을 거친 부동산 전문가다. 수익률 뒤에 숨은 사람의 삶을 현장에서 마주해 온 그가, 이번에는 웃음과 풍자로 부동산의 민낯을 건드린다.

부린 왕자가 만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낯익다. 안전 진단 D등급 판정에 환호하는 건물주들, 개발 공약만 외치는 정치인, ‘구독과 좋아요’를 구걸하는 유튜버, 폭락을 예언하며 공포를 파는 전문가들. 위험 신호 앞에서 기회를 먼저 계산하는 이 장면들은 과장처럼 보이지만 놀랍도록 현실적이다. 언제부터인가 집을 ‘살 곳’이 아니라 ‘오를 곳’으로 먼저 바라보게 된 우리의 민낯이 그 안에 있다.

부린 왕자는 이들을 차례로 만나며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행복하게 살 집은 어디 있나요?” 그러나 누구도 답하지 못한다. 정답 대신 질문을 남기는 이 책은 가볍게 시작해 묵직하게 끝난다. 책장을 덮고 나면 한 가지 물음이 오래 남는다. 집을 갖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그 집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가 중요한가.

부린왕자
조훈희 지음
오아시스
1만8000원

출처 : 월간중앙(https://www.m-joong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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